<건축트렌드> 제주 애월읍 빵집 "버터모닝"
애월읍과 완벽히 어우러진 내외관 설계 독보적... 창문 없이 냄새로만 손님 유혹

제주는 어느덧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식의 성지로 떠올랐다.제주에 ‘버터모닝’이란 빵집이 문을 열었다. 지극히 제주다운, ‘욜로족’맞춤형 빵집이다. 빵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면 유리창이다. 어느 빵집이나 전면 창을 통해 갓 구워낸 빵을 진열하고 지나가는 불특정 고객층을 끌어들이려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버터모닝’에는 창문이 없다. 그저 지나가기만 해서는 주인장이 만드는 빵을 볼 수 없다. 오롯이 빵 냄새로만 손님을 유혹하는 빵집이라니. 특이해도 너무 특이하다. 애월읍이 아무리 요즘 잘 나가는 동네라지만,‘은둔형 외톨이’같은 빵집을 요구한 주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심지어 이 건물은 2016년 제주시로부터 우수건축물 상을 받기도 했다. 빵집을 설계한 박현모 (주)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11 대표는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설계를 끝내고 보니 일본 소설·드라마 <한밤중의 베이커리>의 빵집 ‘블랑제리 구레바야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작품 속의 ‘블랑제리 구레바야시’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만 문을 여는 독특한 은둔형 빵가게다. 주인장은 항상 웃고 있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이 빵집에는 집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초등학생과 트렌스젠더 중년남 등 독특한 캐릭터들을 끌어당긴다.

‘버터모닝’의 주인은 대구에서 20년 이상 빵집을 운영해온 40대 가장이다. 오랫동안 제주에서의 한적한 삶을 동경하다 2015년 이주를 결심하고 박현모 건축사를 찾아갔다. 미래의 제주 빵집 주인장이 물색해 가져온 땅은 시골마을 한가운데였다. 단순히 대구에서 제주로‘빵집 이전’의 문제를 넘어 빵집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 건축물에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특히 인근 마을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했다. 박현모 건축사는 “고민을 거듭한 결과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도시 상업시설의 볼륨감을 갖는 파사드보다는 시골마을과 연계성을 갖고 이어지는 공간이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건물은 내부 중정으로만 시각적으로 연계되며 약간 숨어있는 듯한 모양새를 유지하는 동시에 외부로 접한 연속된 벽은 마을의 담벼락과 맥락을 같이한다. 제주 돌담과 완벽히 어우러진 빵집이 탄생한 셈이다.

이는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역 건축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계이기도 했다. 제주 지역의 건축사들은 제주라는 우수한 자연적 배경에 추상적인 인공의 형상이 채워지면서 그 사이에 생겨난 여러 부정형의 공간이 탄생하는 것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현모 건축사는 “무분별한 투기 세력으로 제주가 땅따먹기 판으로 전락해 건축물 역시 그 파도에 휩쓸려 주변풍경하고 무관하게 지어지고 있는 현재의 흐름이 걱정스럽다”여 우려를 표했다. 한편,‘버터모닝’은 벌써 ‘제주 애월 빵집’이란 연관검색어로‘빵순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예약하지 않으면 먹을 수없을 정도다. 창문이 없을 만한 빵집인 셈이다.